“해변에서 모래성 만드는 게 왜 불법이야?”
“어릴 때 모래성 안 쌓아본 사람이 어디 있다고?”
당연해 보이는 이 질문에 “그건 불법이에요”라고 말하는 도시가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 북부의 아름다운 해변 도시,
산타 마르게리타 리구레(Santa Margherita Ligure).
이곳에서는 단순히 취미로 모래성을 만드는 행위조차 불법으로 간주되며,
실제로 벌금을 부과한 사례도 존재합니다.
처음 들으면 황당하지만, 이 법은 단순히 엉뚱하거나 까다로운 규제가 아니라,
이탈리아의 도시 정책과 관광 질서, 그리고 공공 공간의 가치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오늘은 이 기묘하고도 진짜 존재하는 법에 대해,
법적 근거와 실제 사례,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산타 마르게리타 리구레란 어떤 곳?
산타 마르게리타 리구레는 이탈리아 리구리아 주에 위치한 고급 휴양 도시로,
포르토피노 근처의 유명 관광지입니다.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선, 정돈된 해변,
그리고 전통과 품격이 공존하는 도시 정책으로 유명합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여름철에는 하루 평균 수천 명이 해변을 이용합니다.
그만큼 공공 공간에 대한 관리와 규제가 엄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래성 금지법의 법적 근거는?
이 법은 이탈리아 지방 자치단체의 도시 규칙 조례 중 하나로, 공식 명칭은 다음과 같습니다.
“Ordinanza Balneare Comunale n.XX/2017”
해변 내 공공 공간의 무단 점유, 구조물 설치, 시각적 장애물 생성 금지
즉, 모래성을 쌓는 행위가
‘공공 해변 공간의 무단 점유 또는 장애물 설치’로 간주되어 금지됩니다.
특히 다음 조건이 포함됩니다:
- 공공 해변에서의 구조물(모래성 포함) 설치 행위 금지
- 일정 높이(보통 50cm 이상)의 모래 구조는 불법
- 어린이라도 보호자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
- 위반 시 최소 50유로에서 최대 300유로의 벌금 부과
이 규정은 매년 여름철 해수욕 시즌에 강화되며,
해변을 관리하는 해변 감시원(해안경찰) 또는 시청 공무원이 직접 단속에 나섭니다.
실제 사례
2018년, 독일 관광객 가족 벌금 부과
2018년 7월, 독일에서 온 가족이 산타 마르게리타 해변에서
대형 모래성을 만들다가 벌금 100유로를 부과받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모래성은 아이들이 만든 것이었지만, 높이가 80cm에 이르고
주변의 통행을 일부 막았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되었습니다.
보호자는 “그저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시 당국은 “모든 이용객이 공평하게 공간을 사용해야 하며,
단순히 재미를 위해 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유럽 언론에서 크게 보도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이탈리아 법’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022년, SNS 콘텐츠 촬영 목적으로 모래성 제작 → 제재
한 이탈리아 인플루언서가 산타 마르게리타 해변에서
SNS 콘텐츠용 대형 모래 예술 작품을 제작하다가 단속 대상이 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구조물은 광고용 콘텐츠였고,
다소 상업적 목적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엄격한 조치를 받았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시 공무원은 공공 공간 상업적 활용 금지, 시각 방해물 생성, 동선 방해 등의
조항을 근거로 벌금 200유로를 부과했고, 구조물도 강제 철거되었습니다.
왜 이런 법이 필요한가?
처음엔 다소 과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법은 사실 3가지 중요한 이유 때문에 제정된 것입니다.
공공 질서 유지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개인의 활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해변에서는 통행로를 막거나, 어린이들의 놀이터를 차지하게 될 수 있습니다.
도시 미관 보호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도시 미관을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무질서하게 만들어진 모래성, 파손된 구조물, 잔해 등은
관광 도시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환경 보호
모래성은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제작 과정에서
지표면을 파헤치거나, 쓰레기, 플라스틱 장난감 등을 남기고 가는 일이 많기 때문에
환경적 부담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한국에서는 모래성 만들기가 불법은 아니지만,
점점 더 많은 해변에서 캠핑, 쓰레기, 구조물 설치 등은 제재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의 유명 해수욕장에서도 인파가 몰리고, 대형 모래 조형물이 남발된다면
비슷한 규제가 생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법의 진짜 목적 : ‘규제’가 아닌 ‘공존’의 도구
이탈리아 산타 마르게리타의 이 법은 단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이 법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공공 공간이란 누구의 것인가?
-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에서 우리는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고 있는가?
법은 단지 “하지 마!”라고 말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질서입니다.
마무리 : 모래성,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산타 마르게리타에서는 모래성을 쌓는 것이 불법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지 “모래로 노는 것”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공공의 공간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 혹은 국내에서 해변에 가게 되었을 때,
그 공간이 ‘나만의 놀이터’가 아닌, 모두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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