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우리는 ‘이혼’을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와 결혼하든, 왜 결혼했든, 잘못된 결혼은 끝낼 자유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지구상에 단 하나,
여전히 이혼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필리핀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휴양지이자 따뜻한 미소의 나라로 알려진 필리핀.
그러나 그 이면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원하지 않는 결혼’ 안에 갇혀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오늘 이 글에서는 필리핀에서 왜 이혼이 불법인지,
그리고 그 법률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낳고 있는지,
30대 이상의 현실적인 시각으로 깊이 있게 살펴본다.
진짜로, 필리핀에서는 이혼이 불법이라고?
그렇다. 필리핀은 전 세계에서 ‘이혼이 금지된 유일한 국가’다.
참고: 바티칸도 이혼이 없지만, 그곳은 국가보다 교황청 중심 종교도시.
▪️ 현재 필리핀의 민법 체계
- 이혼(Divorce): 불법
- 무효(Nullity): 가능하나 조건이 매우 엄격
- 법적 별거(Legal Separation): 가능하나 재혼 불가
즉, 단순히 ‘성격 차이’나 ‘불화’ 같은 이유로 결혼을 끝낼 수 있는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은 한 번 하면 끝이다. 헤어질 수도 없고, 다른 사람과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
"그럼, 이혼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
필리핀에서는 이혼을 원할 경우 ‘혼인 무효 소송(Annulment)’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비현실적이다.
혼인 무효(Annulment)의 인정 사유
- 정신질환, 심각한 사기나 강요
- 결혼 당시 피임 협박이나 사기
- 미성년자의 동의 없는 결혼 등
그리고 가장 핵심 조건은, 결혼 당시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즉, 이혼은 현재 관계의 실패에 대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결혼이 ‘성립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비용은?
- 평균 15,000~20,000페소 (한화 약 400만 원 이상)
- 재판 기간은 평균 2년 이상
일반 서민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다.
결국, 필리핀의 수많은 부부들은 서로에게 완전히 마음이 떠나 있어도,
법적으로는 부부로 남는 현실을 견뎌야 한다.
왜 이 나라는 아직도 이혼을 금지할까?
핵심은 단 하나다. 가톨릭 교리의 영향.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가톨릭 국가다.
전체 국민의 약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며,
국회의원부터 대통령까지 교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는 입법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톨릭 교리는 명확하다.
“결혼은 신성한 계약이며, 신이 맺어준 관계를 인간이 끊을 수 없다.”
이 믿음은 필리핀의 법률, 교육, 윤리, 정치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다.
그 결과, 수십 년 동안 이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법안은 발의만 되고,
통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필리핀 국민들은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
놀랍게도, 변화의 조짐은 존재한다.
2024년 기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 🇵🇭 전체 국민의 약 56%가 이혼 법 제정을 찬성
- 특히 도시 거주자, 30~50대 기혼자의 찬성 비율이 급증
- 그러나 농촌 지역, 종교 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법안은 여전히 좌초 중
즉, 국민들은 변화를 원하지만, 정치가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선명하다.
한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혼’은 수치스럽고 숨겨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이혼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개인의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변화 흐름
- 2004년 드라마 ‘부부의 세계’ → 이혼 담론 확산
- 2010년대 이후 → 황혼 이혼, 졸혼, 자발적 싱글 등 개념 등장
- 2020년대 → 이혼이 당당한 선택이 된 사회
반면 필리핀은 지금도 “결혼은 죽을 때까지”라는 구시대적 프레임 안에 갇혀 있다.
그럼 바람 피워도, 가정폭력이 있어도 이혼 못 해?
충격적이지만, 그렇다.
단, 법적 별거(Legal Separation)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이혼’이 아니라,
단지 ‘같이 안 사는 상태’일 뿐이며, 재혼은 절대 불가다.
즉, 가정폭력을 당해도
- 상대방과 이혼은 못 한다.
- 새로운 사람과 재혼도 못 한다.
- 단지 떨어져 살 수 있을 뿐이다.
결혼은 끝났는데, 법적으론 아직 ‘그 사람의 배우자’로 남아야 하는 삶.
그리고 그 상태가 10년, 20년, 평생 이어진다는 것.
그럼 불륜은? → 기형적 사회 현상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이 금지된 필리핀에서는
불륜이 문화처럼 퍼지는 기형적인 구조가 생겼다.
- 형식상 부부이지만,
- 실제로는 다른 사람과 동거, 자녀 출산
- 그러나 법적으로 재혼은 불가능하니, 계속 ‘불법 관계’로 남음
결과적으로, 이혼을 막는 법이 오히려 더 많은 파괴와 고통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혼을 ‘금지’한다고 가정이 지켜질까?
이 질문은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형식만 유지한다고 해서 가정이 행복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서로가 존중받고 있는 관계’다.
30대 이상 성인이라면 잘 안다.
결혼은 선택이지만, 유지와 행복은 노력과 현실이다.
필리핀의 현실은 오히려
“이혼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변화는 가능한가?
2024년, 필리핀 하원에서 ‘이혼 허용 법안’이 또다시 발의되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절차적 제한이 있는 합리적 이혼’을 허용하는 방향이다.
만약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면,
필리핀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혼을 합법화하는 아시아 국가로 남게 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분명한 건 시대는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
이혼이 불법인 나라, 필리핀.
그 법은 단지 하나의 법조항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삶, 자유, 미래, 사랑의 선택지를 통제하고 있다.
결혼은 선택일 뿐, 구속이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삶도, 혼자 살아가는 삶도 온전히 자기 결정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만약,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데 익숙한 3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이혼 불가’가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필리핀은 아직 ‘그 자유’를 가지지 못했다.
이제는 그들에게도, 그 권리가 주어져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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