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는 부모가 신생아의 이름을 지을 때,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이름 하나를 짓기 위해 국가가 정한 공식 이름 목록에서 선택해야 하며,
목록에 없는 이름을 원할 경우,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단순히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 아니라,
덴마크가 국가 언어 보호, 사회적 통합, 아이의 권리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이름’이라는 개인 정보조차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상징이다.
30대 이상이라면 부모로서, 또는 사회인으로서 이 제도가 왜 만들어졌고,
어떤 장점과 논란이 있는지 한번쯤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
이게 무슨 법이야? – ‘이름법(Navneloft)’
덴마크는 2006년에 이름 관련 법률을 정비하여
‘이름법(Navneloft)’이라는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 법은 신생아 이름 등록 시 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을
국가가 미리 정해놓은 목록(승인된 이름 리스트)에서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등록된 이름은 약 18,000개 이상이다.
그중 남자 이름과 여자 이름은 각각 분리되어 있으며,
중성 이름이나 성(姓)으로 사용되는 이름은 별도 규정이 있다.
어떤 이름들이 등록돼 있고, 어떤 기준으로 관리돼?
덴마크 정부는 이름의 등록 기준을 아래와 같이 설정해두고 있어.
이름 등록 승인 기준
발음이 덴마크어 규칙에 부합해야 함
성별에 혼동이 없어야 함
모욕적, 희화화되는 뜻이 없어야 함
아이의 미래에 해가 되지 않아야 함
기존 성과 혼동되지 않아야 함
예를 들어 ‘Anus(아누스)’나 ‘Monkey(몽키)’ 같은 이름은 당연히 거부된다.
하지만 외래어 기반의 이름(예: Liam, Emma, Noah 등)은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짐에 따라 점차 승인되고 있다.
왜 이런 제도를 만든 걸까?
이름 등록제를 만든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이의 권리 보호
부모의 자유로운 작명 욕구가 오히려 아이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름이 너무 희귀하거나 조롱거리가 된다면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이나 따돌림을 겪을 수 있다.
덴마크는 아이의 복지를 개인보다 앞선 공익 가치로 본다.
덴마크어와 문화 보존
덴마크어는 상대적으로 사용 인구가 적은 언어다.
정부는 외래 이름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자국 언어와 이름 문화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언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름도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다.
행정·데이터 시스템 효율성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행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름이 통일된 형식과 규칙을 따를 경우,
국가 행정, 교육 시스템, 병원 정보 처리 등에서 오류 가능성이 줄어든다.
실제 사례: 이름을 거부당한 가족들
실제로 ‘Pluto(플루토)’, ‘Bjørn-Bob(욘-밥)’, ‘Muffin(머핀)’ 같은 이름은
“장난스럽고 아이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등록 거부됐다.
반면, 외래 이름이라도 덴마크 내에서 발음이 자연스럽고 사회적 차별의 가능성이 적다면 점차 승인받고 있다.
예외적으로 이름을 등록하고 싶은 경우에는
국립 이름 심사 위원회(Personnavneankenævnet)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해당 이름이 위 기준을 충족하는지 다각도로 검토한다.
거부될 경우, 부모는 다시 일반 등록된 이름 목록에서 골라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독일
- 성별이 명확한 이름만 가능
- 종교/성적 모욕이 될 수 있는 이름은 금지
- ‘Lucifer(루시퍼)’는 거부된 사례
아이슬란드
- ‘아이슬란드어 문법’에 부합해야 승인
- 국립 이름 위원회에서 이름 심사
- ‘Harriet’이라는 일반적인 영어 이름도 거부 사례 있음
한국
- 한국은 이름 등록에 제한이 거의 없다
- 다만 최근 ‘조롱 가능성 있는 이름’, ‘문자·기호 이름’이 사회적 논란 대상이 되고 있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
30대 이상은 이미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가족 구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는 시기야.
이런 시점에서 덴마크의 이름 관리 제도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한 형태로 읽혀질 수 있어.
- 이름이 가벼운 취향 표현의 수단이 아닌, 아이의 사회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는 점
- 이름 하나가 학교 생활, 취업, 사회생활에 미치는 파급력
- 그리고 그에 대한 사회 전체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메시지
최근 변화와 트렌드
최근 덴마크에서도 다문화 가정, 이민자 비율 증가,
영어 기반의 국제적 생활이 늘어나면서 기존 이름 목록에 더 다양한 이름이 추가되고 있어.
예전에는 ‘덴마크식 이름’만 승인됐다면,
지금은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이름’도 점차 수용되고 있다.
예: 한국계 부모가 ‘민준(Minjun)’, ‘서연(Seoyeon)’ 등을 신청해
덴마크어 발음 규칙에 맞는다고 판단되면 승인 사례도 존재함.
마무리: 자유보다 앞선 책임의 문화
덴마크의 이름 등록제는 ‘자유롭게 지을 권리’보다
‘아이의 삶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우선한 문화에서 비롯됐다.
이름 하나조차 ‘공적 가치’로 다루는 사회는 불편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더 안전하고, 더 따뜻한 사회의 디테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녀에게 이름을 지어줄 때, 그 이름이 삶의 길잡이가 될지,
아니면 무게가 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전 세계 이상한 법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 세계 이상한 법률 🇫🇷 프랑스 – 돼지 이름을 ‘나폴레옹’으로 지으면 안 되는 이유 (12) | 2025.06.30 |
---|---|
전 세계 이상한 법률 🇺🇸 플로리다 - 미혼 여성, 일요일에 낙하산 타면 불법? (8) | 2025.06.29 |
전 세계 이상한 법률 🇮🇹 이탈리아 – 금붕어를 위한 법, 왜 둥근 어항이 금지됐을까? (12) | 2025.06.29 |
전 세계 이상한 법률 🇦🇺 호주 – 일요일에 검은 옷 입고 교회 가면 벌금? (2) | 2025.06.28 |
전 세계 이상한 법률 🇯🇵 일본 - 진짜 ‘뚱뚱하면 벌금’? 메타보법의 진실과 오해 (5) | 2025.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