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상한 법률

전 세계 이상한 법률 🇸🇬 싱가포르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껌 금지법의 모든 것

news7star 2025. 6. 28. 15:51

껌 하나가 불법이라고 하면 믿기 어렵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단순히 <청결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이면에는 도시국가의 운영 철학과 국민 통제 시스템이 숨어 있다.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껌 금지법은 ‘국가 브랜드 관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30대 이상이라면 기억할지도 모른다. 싱가포르는 한때 ‘미래형 도시국가’로 불리며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질서와 통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껌 하나를 막기 위해 벌금, 통관 금지, 약국 처방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었다는 점은 지금 들어도 다소 충격적이다. 본문에서는 이 법이 생기게 된 배경, 실제 사례, 그리고 최근의 변화까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싱가포르 껌 금지법
cottonbro studio

 

왜 싱가포르는 껌을 금지했을까?

1990년대 초반, 싱가포르는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 곳곳에는 사람들이 버린 껌이 전철 문, 바닥,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 들러붙어 있었다.
이로 인해 청소 비용이 급증했고, 지하철 문이 껌 때문에 닫히지 않아 전체 열차 운행이 중단된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를 문제 삼은 리콴유 전 총리는 “작은 무질서가 큰 혼란을 만든다”는 원칙 아래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정책을 강화했다. 그중 핵심이 바로 껌 금지였다. 그는 “껌은 불필요하고, 도시 미관에 해로우며, 공공 기물 손상의 주범”이라고 규정했다.

 

껌 금지법의 핵심 내용

1992년 1월, 싱가포르는 껌 수입, 판매, 유통, 소지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이 법의 공식 명칭은 **Environmental Public Health Act (공공환경위생법)**의 일부 조항이다.

주요 금지 사항:

  • 소지씹기 → 불법은 아니지만 강한 제재 가능
  • 판매수입 → 형사 처벌 대상
  • 공공장소에서 껌을 뱉는 행위 → 벌금 부과 (최대 1,000 싱가포르 달러)

초기에는 소지 자체도 단속 대상이었으나, 이후 2004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일부 예외가 생겼다.

 

예외 조항: 의료용 껌만 가능

2004년 이후, 치과용 껌(예: 자일리톨)과 금연 보조제 껌(예: 니코틴껌)은 예외적으로 판매가 허용되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반드시 등록된 약국에서 약사의 처방 또는 상담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여전히 껌을 구할 수 없다.

 

벌금과 실제 사례

싱가포르는 법을 어긴 사람에게 **즉시 벌금(CPF: Composition Fine Payment)**을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껌 법 위반 사례는 아래와 같다.

  • 관광객이 입국 시 껌 여러 통을 휴대 → 통관 불허 + 압수
  • 지하철에서 껌을 씹다가 침 뱉기 → 500~1000 SGD 벌금
  • 길거리에서 껌 붙이기 → 첫 적발 시 벌금, 반복 시 법원 출두

추가로, 껌을 불법 판매하거나 재수입할 경우 징역형 또는 수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왜 여전히 법이 유지되는가?

2020년대에 들어서도 이 법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청결한 도시 이미지 유지
    싱가포르는 '클린 시티'라는 브랜드가치를 중요시한다. 관광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도시 미관은 중요한 요소다.
  2. 질서 중심의 정책 문화
    싱가포르 사회는 개인보다는 공동체 질서를 중시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3. 정치적 통제 수단
    시민들의 행동을 ‘디테일’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프트한 통제 시스템’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스마트 벌금 시스템 도입

2023년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AI CCTV와 연동된 ‘스마트 벌금 시스템’을 시험 도입했다.
공공장소에서 껌을 뱉는 장면이 감지되면, 얼굴 인식을 통해 벌금 통지서가 자동으로 발송된다. 이는 싱가포르가 기술을 활용해 시민 질서를 더욱 정교하게 관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관광객은 주의해야 할까?

현지에서 껌을 씹는 자체가 처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껌을 뱉거나 바닥에 붙일 경우

외국인이라도 예외 없이 벌금 대상이 된다고 한다.

공항 입국 시 껌은 소지품 검색 대상은 아니지만,

대량 반입 시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주의하자.
특히 미용용 껌이나 기능성 껌을 반입하려는 경우 사전에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마무리 - 껌 하나로 본 싱가포르의 질서 사회

싱가포르의 껌 금지법은 단순히 위생을 위한 규제가 아니다.
그것은 작은 혼란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사회 시스템의 단면이다.
30대 이상의 독자라면, 이 법이 단순히 ‘이상한 법’이 아니라,

한 도시국가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과정에서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가졌는지를 엿볼 수 있는 단서라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를 이루는 디테일한 요소 하나에도 치밀한 기획이 들어가는 싱가포르의 사례는,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도시의 질서와 자유의 균형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